삼성SDI가 보유 중이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일부를 현금화하면서 대규모 투자재원을 마련했다. 약 5%에 해당하는 지분을 매각해 4조4500억원가량을 확보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모두 처분하지 않고 10%대의 지분은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로 삼성SDI는 당장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업가치 상승과 실적에 따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지분을 남겨두게 됐다.

4조4500억원 확보…보유 지분은 10%대로
삼성SDI가 삼성디스플레이에 넘긴 주식은 총 1308만8235주다. 기존에 보유했던 3985만6654주 가운데 일부를 매각한 것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전체 발행주식의 약 5%에 해당한다.
거래 가격은 1주당 34만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삼성SDI가 이번 거래를 통해 확보한 현금은 약 4조4500억원이다.
매각 이후 삼성SDI의 삼성디스플레이 보유 주식은 2676만8419주로 감소했다. 단순 계산상 지분율은 기존 15.22%에서 10.22% 수준으로 낮아진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번에 사들인 주식은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는 자기주식이다. 향후 해당 자기주식이 소각될 경우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삼성SDI의 실제 지분율은 약 10.76%까지 다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남은 지분의 가치를 계산하면 약 9조1000억원에 달한다. 일부 지분만 현금으로 전환하고 상당한 규모의 자산은 그대로 보유하는 방식이다.
지분 10%대 유지…지분법 적용 가능성도
이번 거래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삼성SDI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모두 매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분율이 20%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반드시 지분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회계 기준에서는 보유 지분 외에도 이사회 참여나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유의적 영향력’ 여부를 판단한다.
삼성SDI는 기존에도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율이 20%보다 낮았지만 관계기업으로 분류해 지분법을 적용해 왔다.
따라서 앞으로도 유의적 영향력이 인정된다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순이익 가운데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에 해당하는 부분을 지분법이익으로 반영할 수 있다.
물론 지분율이 낮아지는 만큼 과거와 비교하면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이 삼성SDI에 미치는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배터리 투자에 필요한 현금 마련
삼성SDI가 이번 지분 매각을 선택한 배경에는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2분기 20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7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상반기 영업활동을 통해 실제로 들어온 현금은 약 2002억원에 그쳤다.
반면 설비투자 등을 포함한 현금 유출 규모는 약 1조928억원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6월 말 기준 총차입금 역시 12조1109억원에 달했고 현금성 자산은 1조5055억원 수준이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서도 북미 생산시설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등에 대한 투자는 계속해야 한다.
특히 미국 인디애나주 배터리 생산법인 시너지셀즈 지분을 인수한 이후 추가적인 시설투자 부담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으로 마련한 4조4500억원은 영업활동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중장기 투자자금을 보완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배당 수익과 추가 매각 가능성도 남아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은 단순한 장부상 자산으로만 볼 수 없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익을 내고 지분법 적용이 지속된다면 삼성SDI의 실적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배당이 이뤄질 경우에는 실제 현금이 유입되는 효과도 발생한다.
실제로 삼성SDI는 2024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1조124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2025년에는 배당이 없었지만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은 배터리 사업의 실적 변동성을 보완하는 자산 역할을 해왔다.
남아 있는 지분 역시 향후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삼성SDI가 잔여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기로 결정했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은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번 거래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전부 처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한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만 현금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SDI는 이번 매각을 통해 4조4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약 9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잔여 지분을 유지하게 됐다. 여기에 지분법이익과 향후 배당 가능성까지 남겨두면서 투자재원과 자산가치 사이의 균형을 맞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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